엊그제 장마가 쏟아지던 밤.

집 앞에 있는 콘크리트 배수로에서 맹꽁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길래 찾아보았습니다.
이 냄새나는 썩은물에서,파고들어가지도 못하는 콘크리트에서 맹꽁이가 살아가고 있다니...
(학교 맨홀에 사는 맹꽁이들보단 그래도 나은 환경이지만)

욘석은 며칠 전 맹꽁이를 처음 발견한 그 장소에서 또다시 만난 녀석인데,
아무래도 며칠 전에 찍었던 바로 그 수컷이 아닐까 싶습니다.

손에 올리니 팔뚝으로 기어올라와 옷소매 위에 앉아서 얌전히 있더라구요.

아무래도 도로변에 급조된 웅덩이고 다른 맹꽁이들도 없을 것 같아 다른 녀석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이 휴경논에 놓아주었습니다.
보내주면서 찰칵.
(사실 여긴 울음소리를 듣고 맹꽁이 찾으러 왔는데,풀이 너무 무성하게 자라서 포기했어요)

첫번째 만난 농수로에 있던 녀석도 여기다가 놓아주었는데,
나중에 그 농수로에서 두 마리의 울음소리가 더 들리더라구요.
찾아볼까 하다가,그곳에 맹꽁이가 3마리나 있다는 건 녀석들이 살아가는 서식지가 아닐까 싶어 둘이서 맹꽁맹꽁 합창하도록 놓아두고 왔습니다.

맹꽁이를 놓아준 곳. 여기서 우는 맹꽁이를 찾을 수 있겠어요?...ㅋ

이 날 밤은 비가 많이 오진 않았지만 꽤 내렸습니다.
그 빗속에서도 톱사슴벌레가 날아다니더라구요.
집을 나서자마자 커다란 톱사슴벌레가 가로등에 날아들었다가 풀밭으로 떨어지는 걸 보았습니다.
(물론 못 찾았지요. 풀이 무성한데다 하필 떨어진 곳이 깊고 물이 흘러서)

그리고 그 근처에서 본 로드킬당한 톱사.

반대편에서는 길 가운데 떨어져있는 소형 톱사슴벌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맹꽁이와 함께 있는 사진 찍는데 참 고생했어요. 톱사는 흥분해서 물려 들지,맹꽁이는 뛰어 도망가지...)

톱사도 놓아주면서 찰칵.
어젯밤,그렇게 기다리던 장마가 드디어 왔습니다.
맹꽁이 울음소리가 나길래 밖으로 나가 보니,집 앞 과수원 쪽의 길가에 생긴 물웅덩이에서 소리가 들리더군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 보니 울음은 뚝 그치고 맹꽁이는 숨어버렸습니다.

생태교육연구소 터 선생님께 배운 맹꽁이를 찾는 방법이 있습니다.
육성으로 맹꽁이의 울음소리를 흉내내면,맹꽁이들이 이에 질세라 하나둘씩 따라 운다는 거죠.
그래서 맹꽁이가 우는 것처럼 소리를 내 보았죠.
수컷 한 마리가 가까운 곳에서 목의 울음주머니를 부풀리고 따라 웁니다.

비가 많이 오는데다 카메라를 갖고 나가지 않았기에 집으로 데려와서 찰칵~
사진 찍고 도로 보내주었어요.

5.29.토요일.


논에서 뜰채질로 건져 낸 녀석.

알 진 녀석도 만났습니다.보이나요?

5.30.일요일.

욘석은 참 희한한 녀석이었습니다.
저를 처음 쏜 물자라 어른벌레였으며,물에 사는 녀석이 잠수도 못 하고 수면에 떠있기만 했어요.
(참고로 전 초등학생 때 물자라 애벌레에게 한 번 쏘여본 경험이 있습니다.어른벌레들은 잡아도 안 쐈어요)

계곡에서 봐서 그런지...

보기 힘들다는 어리세줄나비가 신발에 와 앉은 것도 그렇지만,
생전 처음 보는 물삿갓 어른벌레를 하루에 3마리나 본 것도 큰 행운입니다.

가로등 위의 암컷1.
이때까지만 해도 물삿갓인 줄 몰랐습니다...그냥 잎벌레 종류겠거니.

더듬이가 독특한 수컷

잠수하려던 암컷2.
알을 낳으러 물 속으로 들어가는 걸까요...

무당개구리1
무당개구리2
위의 녀석도 작았지만,이녀석은 더 작았습니다.

무당개구리에 비해 컸던 옴개구리. 거의 다 큰 듯...

논에는 산개구리 올챙이와 도롱뇽 유생들이 가득합니다.
올챙이는 뒷다리도 안 난 작은 녀석부터 벌써 꼬리가 없어진 아기개구리까지 다양한 발생현황을 보여주더군요.

도롱뇽도 벌써 아가미가 없어질 정도로 큰 녀석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월요일인 그저께부터 맹꽁이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어제는 울타리가 쳐져있는,미술관 옆에 조그맣게 남아있는 빗물웅덩이 습지에서 맹꽁이를 직접 확인했어요.

좁은 습지가 있는 곳이 술집이 밀집한 번화가 쪽 통로변이라...학생들이 엄청 많이 지나다닙니다.
그래서 맹꽁이와 청개구리들이 우렁차게 울다가도 한순간 뚝! 조용해지더군요...
그러다가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면 다들 따라 울고...곧 전체합창을 합니다.

빗물웅덩이에서 찾은 맹꽁이 수컷.
물 밑바닥에 잠수한 채로 가만히 있더군요...이러니 못 찾았지.

맹꽁이 옆에서 청개구리도 한 마리 보았습니다.
두 장 모두 초점이 안 맞았네요...하나는 위로 처지고,하나는 아래로 처지고.ㅠ
사진에 청개구리가 보이나요?

우렁찬 소리로 봐서는 청개구리들이 가장 많은 것 같아요.

습지를 둘러싼 울타리에는 이런 조그맣고 하얀 노래기가 많았습니다.
띠노래기 종류 같은데...이름이 있을까요?

맹꽁이를 찾으러 같이 오신 선생님께서 사진찍으시겠다고 녀석을 기어코 울타리 밖으로 끄집어냈습니다.

랜턴 불빛을 피해 자꾸만 움직이는 맹꽁이.
녀석...살이 뒤룩뒤룩 쪄서 몸을 부풀리니 목살(?)이 머리를 덮는 게 마치 자라같더군요...ㅋ
귀엽습니다.

곧 장마가 오면 수많은 맹꽁이들이 알을 낳기 위해 이동할 것이고,포장도로 위로도 많이 기어나올 겁니다.
그럼 구조활동을 해야겠죠...ㅠ_ㅠ
5월 1일.

백사실계곡 곳곳에 도롱뇽 보호를 알리는 팻말이 서 있던데,역시나 물이 고인 곳에서 알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도롱뇽 성체도 자세히 찾아봤다면 볼 수 있었을텐데...성체는 찾아보지 못 했어요.

대신 커다란 먹닷거미 유체를 2마리 보았습니다.

손가락을 물고 놓지 않는 이 녀석은 처음 발견한 녀석...
이번에도 다리가 7개였습니다.
왜 매번 첫 번째로 만나는 먹닷거미들은 전부 다리가 하나씩 떨어져나갔는지 참 궁금합니다.ㅋ
우연의 일치인가...

두 번째 녀석.
얘는 다리가 완전히 떨어져나가진 않았지만,바위에 찧었는지 한 쪽 앞다리 끝부분이 잘려나갔네요.

고사리류의 잎파리와 제비꽃 중 가장 작은 콩제비꽃.

옷에 와 앉았던 이름모를 파리류.

근처의 썩은 나무를 들추니 노래기가 2마리 있었습니다.
유난히 몸길이가 길다란 노래기였어요...이름이 뭘까요?

4월 3일.


논 옆 좁은 농수로에서 만난 버들치...엄청 커다란 성어이다.
좁은 농수로에서 물자라 등 천적들의 위협을 피해가며 이렇게까지 자라다니...정말 놀랍다.
알에서 갓 깨어난 산개구리 올챙이가 농수로에 바글바글하던데,올챙이를 잡아먹고 살았을까?

커다란 버들치를 찾다가 발견된 커다란 장수잠자리 애벌레.
장수잠자리는 처음 봤다.

욘석을은 민하루살이 애벌레.

커다란 트럭이 베어낸 나무를 실어나르고 있다.
아마 과수원을 만들며 베어낸 나무들이겠지...

덩치 큰 날도래의 돌로 만든 집입니다.

납작한 하루살이류의 애벌레. 무슨 종류인지는 몰라도 꽤 크더군요...거의 강도래 애벌레만큼.
(이 하루살이의 이름이 뭘까요?)

태어나서 두 번째 보는 물삿갓벌레.

역시나,먹닷거미도 있었습니다.
이 날 먹닷거미가 잠수한,은빛으로 반짝거리는 멋진 모습을 보았는데,배터리가 없어서 찍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쉽습니다...
3월 19일.
메추리장구애비 1.
도롱뇽 옆에서 쉬고 있다(?)
물자라 1.
요녀석 역시 도롱뇽과 그 알과 함께 있었다...사진은 도롱뇽 알 밑으로 숨어들어간 모습.
물자라 2.
물자라 1과 같은 곳에서 만났는데,농수로의 물살 때문인지 자꾸 바닥으로 내려가서 뭔가 붙잡는다.
메추리장구애비 2.
역시 도롱뇽과 함께 있다가 발견되었다. 마지막 사진은 같이 간 선생님께서 사진 찍으려고 꺼내놓으신...
대륙뱀잠자리 애벌레1.
크기로 보아 종령애벌레로 추정된다.

(솔직히 전 지금까지 대륙뱀잠자리 애벌레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아주 어릴 때 보았던 비디오에서 물까마귀가 뱀잠자리 애벌레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고 뱀잠자리 애벌레의 크기에 대해 과장된 상상을 품었었을지...
(아직 뱀잠자리 애벌레 실제로 본 적 없음에도)장태산에서 대륙뱀잠자리 애벌레를 처음 보고 '애걔~생각보다 작아'하고 속으로 실망을 좀 했는데,
어제 만난 욘석은 완전 지네더라구요...크기가 한 손가락 하나 정도 되려나?
데려와서 길러보고 싶은 충동까지 날 정도로 크고 멋진 녀석이었습니다. 포스가 넘쳐요)

물 밖으로 꺼내도 부속 아가미를 바짝 세우는 모습이 멋있었다.
손에 쥐고 있으니 막 물데...ㅋ
애벌레2.
위의 애벌레1과 같은 곳에서 만났다. 크기는 중간 정도에서 약간 큰 편...
처음 꺼낼 땐 몸을 말고 있다가,잠시 뒤 또아리를 풀고 턱을 크게 벌리며 위협하듯 손 위를 기어다니는 모습이 포스있다.
애벌레3.
위의 대륙뱀잠자리 애벌레 2마리와 도롱뇽과 같이 있던 메추리장구애비,물자라는 모두 농수로에서 만났는데,
제일 작은 이녀석은 다른 계곡에서 찾았다.
몸을 말고 있어서 제대로 확인해보진 못했지만...대륙이 맞을 것 같다.

세상에나...원래 물이 찬 계곡에 사는 뱀잠자리류의 애벌레는 잘 모르겠지만,
물자라와 메추리장구애비가 벌써 깨어났으리라곤 생각치 못 했습니다.
겨울에도 물 속에서 지낸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요...
(겨울잠을 자지 않는 건 아닐텐데)

도롱뇽들의 자세한 모습은 시간관계상 나중에...ㅋ
3월 5일.

논과 사방댐 아래쪽,먹닷거미가 많던 계곡에서 대여섯 마리의 도롱뇽을 만났습니다.

꼬리치레도롱뇽 유생과 성체도 보았고요.
유생은 잽싸게 도망가버려서 찍지 못했지만...

이 녀석,물 속에서는 그렇게 재빠르던 녀석이 같이 갔던 선생님께서 사진을 찍으려고 물 밖으로 꺼내놓으니까 얌전해지데요.

도롱뇽알과 산개구리알은 지난주보다 더 많아졌습니다...헌데 이 날은 산개구리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더군요.
도롱뇽만 보고 왔습니다.

논에 엄청 많은 톡토기떼...발을 디딘 곳마다 바글바글하게 몰려듭니다.
3월 5일. 내암리 개구리,도롱뇽 산란 조사 때.
개체1. 다리 2개가 없음.

잠수한 먹닷거미.
개체2. 다리 하나 없음.

요녀석은 제 손가락을 물고 놓지를 않더라구요.
손을 물 속에 담가도 그대로 딸려들어가는 녀석...덕분에 물 속에서의 먹닷거미 모습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개체3.
이 날 본 먹닷거미들 중 가장 커다란 녀석이었습니다. 그래도 유체였지만...

늑대거미류와 아기늪서성거미도 2월달부터 돌아다니더니만,물이 찬 계곡에 사는 먹닷거미들도 3월 초인데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사방댐에서 발견한 기형 버들치 치어.
아는 선생님과 내암리로 개구리알,도롱뇽알 관찰을 갔는데,오늘은 산개구리를 한 마리도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집 앞 길에서 산개구리를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택시를 타고 오면서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거의 집 앞 길 한가운데서 왠 개구리 한 마리가 팔짝 뜁니다.
깜짝이야...! 잘 하면 택시에 치일 뻔 했겠어요.

알을 배서 배가 빵빵한,산개구리 암컷 같아요.
지난 주에 살펴봤을 땐 개구리알은커녕 개구리 흔적도 없더니,한 주가 지나고 비가 오니까 산개구리가 길에 뛰어다니는...(응?)
혹시나 해서 집 주변 논을 살펴보고 왔는데,알이나 다른 개구리는 없는 듯 했습니다.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내일 밝을 때 한 번 다시 둘러봐야겠어요.
놓아주면서.

방금 전에 방 안으로 들어오려고 창 밖에서 퍼덕거리던 나방입니다.
이렇게 비 오는 궂은날에도 창문에 몰려드는 나방이 있다니...신기할 따름이네요.

작년 5월 경.


수컷이 알을 지고 다니는 걸로 유명한 물 속 곤충,물자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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