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월 21일),충북 음성군 감곡면 감곡교회 현관문 기둥.
길고양이 한 마리가 현관문 왼쪽 기둥 앞에서 노곤하게 앉아 햇볓을 쬐다가,종종 기둥에 관심을 보이곤 하고 있더군요.
처음엔 그 고양이를 보고 다가갔는데 고양이는 피해 버리고,그 고양이가 앉아있던 쇠기둥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습니다.
뭔가 싶어 기둥에 난 작은 구멍으로 들여다보니,박새 한 마리가 기둥 안에 갖혀있는 겁니다! 문 위쪽으로 들어갔는지...어쩌다...
길고양이는 그 박새 때문에 기둥에 관심을 보인 것 같더군요.

설상가상으로 그 당시 교회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아이들을 데리고 눈썰매장에 갔다고 하더라구요.
박새도 빠져나오려고 작은 구멍으로 발도 내밀어보고,계속 날개짓을 했지만,좁고 긴 기둥 안에선 그런 발버둥마저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점점 지쳐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선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맘같아선 기둥을 톱으로 절단하던지,뽑아서 박새를 꺼내주고 싶었지만 그런 공구도 없었고,실리콘으로 고정된 쇠기둥은 저 혼자의 힘으로는 꿈쩍하지도 않았죠.
타야 할 버스시간은 다가오고...
결국 교회 문 앞에 쪽지를 하나 붙여놓고 오는 일밖엔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습니다.

기둥 안에 갖혀있는 박새가 아직도 생각납니다. 불쌍하고...또 꺼내주지 못해 미안해서...
그 박새는 어떻게 되었을까요,결국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었을까요,아니면 살았을까요.

내가 모바일 트위터를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없다는 게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서울숲 파브르 곤충전시회.
전갈체험이라고 써붙인 곳에 가 보니 전갈들이 죄다 고자가 되어 있다.
동남아의 대형 애완전갈 자이언트블루...
아이들이 만지라고 집게를 테이프로 감아놓고,꼬리 독침은 잘라버렸다.

고자라니,아니 전갈이 고자라니!

대체 이게 무슨짓인가!?
전갈들이 무엇 때문에 이런 생고문을 당해야 하는 것인가...

게다가 서식 환경도 아주 형편없었고,쌩뚱맞게 전갈에게 젤리를 먹이로 주었다.
꼬리 고자가 된 녀석들은 고통에 시달리고 아이들의 만지작거림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다들 축 늘어져있었다.

게다가,충격적인 것 또 하나.
'곤충 낚시'라는 코너가 있었는데,딱정벌레 등에 철사를 묶어놓고 자석이 달린 낚시대로 낚시를 하는 체험이었다.

얼마나 시달렸으면 자석을 끈질기게 물어뜯을까...

여기 딱정벌레들 상태가 하나같이 메롱이다.
다리가 없는 녀석,제대로 걷지 못하는 녀석,시체까지.
하기야,아이들한테 계속 시달리니 멀쩡하고 배기랴...

전시된 곤충들도 거의 다 죽어가거나 죽어 나자빠졌는데,
이 매미 애벌레는 심지어 맨땅에서 허물을 벗으려다 그대로 굳어 죽어버리고 말았다.

곤충마다 각각 다 다른 서식 환경이 있기 마련인데,
그걸 고려하지 않고 하나같이 맨통에 흙만 조금 깔아서 사육장을 만들어주니 곤충들이 다 죽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