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천리포수목원을 세운 민병갈(칼 밀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고,또 온/오프라인에서 몇 가지 일을 보고 듣고 겪으면서,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대에 지구는 인간에 의해 제6의 대멸종을 맞고 있다고 합니다.
숲과 들판을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도시와 리조트,골프장,유원지 등 여러 편의시설을 세우고,자동차와 비행기,배 등 편리한 교통수단 덕분에 세상 어디에도 갈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때문에 천혜의 자연이 점점 사람들의 손길로 망가지고,쓰레기나 매연,폐수 등 오염물질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산업과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이런 문제들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죠.
또 지구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물들도 인간의 무분별한 사냥과 채집,개발 그리고 외래종의 유입으로 인해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종,보호종으로 지정해 두어도 자신의 욕심을 채우겠다고 밀렵 등 불법을 저지르거나,지역개발을 위해 서식지를 파괴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요.

이렇게 자연을 파괴하고 개발하며 다른 생물들을 없애버리고,지구를 망가뜨리는 게 누가 말한 대로 어쩌면 인간이라는 동물의 생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사람에게는 다른 동물에겐 없는 이상한 점이 한 가지 있어요...바로 자신 외의 다른 동.식물을 불쌍하게 여기고,자연 생태계의 붕괴를 걱정하고 보호하려 한다는 것이죠.
인간의 지능이 높아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에 자신의 먹이가 되거나,자신보다 약하다거나 혹은 곤경에 처한 다른 생물을 가엽게 생각하고 도움을 주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할 겁니다.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나오죠 아마?
'[생산자-소비자-분해자] 사슴은 풀을 뜯어먹고,늑대는 사슴을 잡아먹는다. (사슴과 늑대 대신 눈신토끼와 스라소니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들이 늑대를 총으로 쏴 전부 죽여버리면,사슴은 천적이 없어져 개체수가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개체수가 많아진 사슴에 비해 먹을 풀은 부족하고,결국엔 풀이 없어져 사슴도 다 굶어죽는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동물들은 앞일 신경쓰지 않습니다.
반추동물의 되새김질에서 생겨나는 온실가스와 가위(잎꾼)개미가 나뭇잎을 썩혀 버섯을 기르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메탄에 대해 해당 동물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기체는 자정작용에 의해 식물이 다시 산소로 바꾸지만)
또 개미가 진딧물을 기르고 진딧물을 잡아먹으려는 무당벌레를 쫓아버려도,그 식물이 진딧물 떼로부터 입는 피해에 대해 개미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원숭이,비버 같은 동물들이 둥지를 지으려고 나무를 꺾거나 대량 발생한 적조,녹조가 산소를 많이 소비하여 다른 물 속 생물들을 죽게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해당 생물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아요.
사람도 옛날엔 그랬습니다.
인류가 아직 원시인이던 신생대 제 4기 시절,북미와 남미 대륙에는 매머드,큰 나무늘보와 아르마딜로,거대한 말과 코뿔소,검치호 등 지금의 코끼리보다 훨씬 커다란 포유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었지요.
도구를 만들어 사냥할 줄 알게 된 원시인들이 미대륙으로 건너오면서 그 거대한 동물들을 싸그리 멸종시켜버렸다고 합니다.
(사냥에 의한 것인지,구대륙에서 딸려 온 세균이나 전염병 때문인지,아니면 기후 변화나 다른 원인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학자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답니다.)
어찌됐든 고생물학자들이 매우 아까워하는 사건이지요.

하지만,현대의 사람들은 더 이상 조상인 원시인들처럼 행동하지 않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일을 우선 예로 들어보면...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으로 국토 여기저기가 뒤엎어지고 있는데,여러 환경단체는 물론 많은 국민들이 이에 반대하고 있죠.
밥상에 올라오는 소,돼지,닭 그리고 양식된 생선 등 가축의 복지에도 신경쓰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좁은 곳에서 항생제 투입해 가며 잔인하게 기르지 말고,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해 주자고 주장하는 동물보호단체도 있고,언론 매체도 가축 사육,도살의 끔찍한 현황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동물농장에서 반영했던 곰 농장...살아있는 곰의 쓸개에다가 호스를 꽂아서 웅담을 채취하더라구요. 으..)
또 야생동물의 밀렵과 로드킬 등에 대해 걱정하고 이를 막아 야생 동.식물들을 보전하려는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과,위에서 말한 4대강 반대처럼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론자들과 맞서는 환경단체,그리고 자연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있습니다.
국가에서도 미약하나마 멸종위기 보호종과 포획금지법,동물복지법 등을 지정하고 있고요.
물론 자신들의 생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또는 건강한 먹거리와 자기관리를 위해 그러는 사람들이 많겠지만...학대당하는 동물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거나,아름다운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러는 사람도 많이 있지 않을까요?

지금껏 인간은 자연을 훼손하고 산업을 발전시키며 살아왔고...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개발을 진행하며 지구를 아프게 하고 있는데,한편에서는 자연을 보호하고 아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혼란스럽지 않습니까...과연 어느 쪽이 옳은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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